단념
김기림 살아간다고 하는 것은 별거 아니었다. 끝없이 단념해 가는것. 그것 뿐인 것 같다. 산 너머 저 산 너머는 행복이 있다 한다. 언제고 그 산을 넘어 넓은 들로 나가 본다는 것이 산골 젊은이들의 꿈이었다. 그러나 이윽고는 산 너머 생각도 잊어버리고 아르네는 결혼을 한다. 머지않아서 아르네는 사오 남매의 복 가진 아버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세상의 수많은 아르네들은 그만 나폴레옹을 단념하고 셰익스피어를 단념하고 토머스 아퀴나스를 단념하고 렘브란트를 단념하고 자못 풍정낭식한 생애를 이웃 농부들의 질소한 관장속에 마치는 것이다. ...